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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너 꼭 그래야만 했니?”
올 여름 학교는 '감옥'입니다.
기사입력  2013/09/06 [01:06] 최종편집    운영자

 
할 말이 없었다. 다만 많이 미안했다. 전력 수급에 실패한 것은 국가인데, 왜 엄한 국민들이 그 책임을 어깨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지 아이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왜 일 저질러 놓고 이 나라의 권력들은 그렇게 당당한지 말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중학생인 큰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빛의 속도로 교복부터 벗었다. 그리고는 샤워꼭지 앞으로 직행했다. 씻고 나오면 에어컨 앞에서 오래도록 더위를 식혔다. 뒤집어 까진 교복은 땀에 절어 축축했다. 그 찜통 같은 교실에서 아이가 견뎌냈을 시간이 교복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올해 여름은 정말 많이 무서웠다. 사람 죽이는 더위였고, 공포였다. 이런 판에 국가는 어린 학생들의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 가동에 사용되는 전기도 아까워했다. 학생들은 더위에 치였다. 수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올 턱이 없었다. 지치고 퍼지다 결국 볼과 책상이 조우할 게 자명했다.
아이의 개학날은 8월 19일이었다. 그날 운전을 하다가 차량 바깥 온도가 40도인 걸 확인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물었다. “야, 아들, 학교에서 에어컨은 틀어 주냐?” 녀석이 답했다. “틀어 주다 말다 하죠 뭐.” 내가 다시 물었다. “안 덥냐? 수업은 머리에 들어오고?”, “아빠 같으면 안 덥겠어요?” 녀석의 답변에서는 오기 같은 게 창창하게 묻어났다.
그러니까 그 무렵 개학한 이 땅의 중·고등학생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찜통교실에서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왜 이 땅의 수많은 학교들은 단지 어른들이 합의만 하면 됐던 여름방학 연장을 외면했던 것일까? 참 알다가도 모를 학교였다. 법정 수업일수로 핑계를 대는데, 상식적으로 여름방학이 길어지게 되면 겨울방학을 줄이면 그만이었다.
신영복 선생의 글이 떠오른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감옥’을 ‘올여름 학교’로 바꿔도 의미가 서로 통한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정상철 <광주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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