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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간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
기사입력  2013/03/09 [23:20] 최종편집    정상철

둘째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으니, 3년쯤 전인 것 같다. 아내의 학교 출입이 부쩍 잦아졌다. 다른 학부모들과 통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학교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전화기를 통해 서로에게 건너다녔다. 통화는 짧으면 30분, 길면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런 날들이 두어 달 연속되자 나는 겁이 났다. 말로만 듣던 치맛바람이 우리 집으로도 불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말 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엄마들이 학교를 망친다고 믿는 편이다. 이건 아니지 싶었지만 도리 없었다. 아내는 다른 건 다 참아도 아이들 교육문제에 참견하는 걸 싫어한다. 어느 때보면 그걸 주부의 성역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일단 내 입에서 싫은 소리가 나오면 그 날은 전쟁이고, 저녁밥 얻어먹기도 틀려버린다.
 
어느 날, 아내가 다른 학부모와 유난히 길게 통화했다. 뭔가 싶어 책을 읽는 척 하면서 전화기 쪽으로 귀를 열어뒀는데, ‘간식’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았다. 어제 누구 엄마는 ‘콜팝’을 반 학생 전체에게 돌렸고, 며칠 전 누구 엄마는 햄버거를 쏘았으며, 또 어떤 엄마는 치킨과 피자를 돌렸다는 말들이 하염없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이야기의 결론이 나고 있었다. “간식 그 거 얼마나 한다고 애 기죽일 필요 있어. 우리도 하자고….” 대충 돌아가는 꼴을 짐작한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그 간식을 종용하는 게 학교일까, 학부모의 욕심일까?
 
그리고 며칠 뒤 둘째가 자랑을 했다. “아빠, 오늘 있자나, 엄마가 반 친구들 전체한테 ‘콜팝’ 쏘았어.” 나는 모른 척 아이의 말을 받았다. “아, 그랬어, 맛있었어?” 아이가 답했다. “웅, 대따 맛있었어.” 내가 다시 물었다. “근데 세훈아, 엄마가 학교로 간식 사가니까 기분 좋았어?”, “웅, 친구들이 나한테 잘 먹었다고 칭찬해 주니까.” 아내의 의도대로 간식이 아이의 기를 확실히 살려준 건 사실인 것 같았다.
 
근데 좀 찝찝했다. 학생들 전체에게 간식을 전부 돌리려면 적어도 7만 원쯤, 많으면 10만 원도 넘게 들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돈이 껌 값이겠지만 어떤 학부모에게는 큰돈일 것이다. 또 모르긴 해도 세훈이 반 친구들 중에는 엄마나 아빠가 아닌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간식을 사서 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형편의 학부모도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내 새끼 기 살리려고, 간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형편의 남의 새끼 기 죽이는 게 사랑일까?” 그날 밤, 아내에게 그렇게 묻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뿐이었다. 역시나 말하지 못했다. 방법은 하나이겠다. 학교가 혹은 담임선생님이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간식문화를 없애는 것. 아무도 간식을 사오지 않으면 누구도 상처받을 일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은 먹을 것에 대한 차별이다.
                                                                    정상철 <광주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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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백배 ys2553 13/03/11 [03:17]
초등시절 햄버거 사다줘도 괜찮냐는 말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먼저 찍으시게 하며 으름장 놓으며 곰곰히 고민해 본 적있는 주제네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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