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학교풍경기획문화선생님 이야기
칼럼
로그인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이훈희의 교단일기  
편집  2016.04.28 [11:47]
칼럼
함께 여는 세상
기자수첩
이훈희의 교단일기
개인정보취급방침
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칼럼 > 함께 여는 세상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적 비극
기사입력  2015/11/23 [14:02] 최종편집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   장휘국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한다.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 아이들에게 한 가지 생각만 주입하고 강요하여 사고력과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통합력이 없는 무비판적, 획일적 ‘바보사람’을 만들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는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 교육을 가장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돌리고, 민주주의와 역사를 되돌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를 폄훼하는 역사를 가르치는 비극, 역사적 비극을 만들려고 한다.

 

나는 25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대부분 서슬 퍼런 유신독재와 군부독재 시대, 그때 국사 교과서는 국정이었다. 양심과 소신에 따라 가르치지 못하고, 진도에 따라 교과서를 읽고, 진도에 따라 교과서에 써진 대로 가르치고 달달 외우게 했다. 시험에 나올 것이라면서 밑줄을 쳐가며 외우게 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항쟁을, 전두환 등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직접 보고 듣고 자라는 세대에게, “한국적 자유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정의·복지사회를 이루기 위해 전두환 대통령이 이끄는 제5공화국이 출범했다.”고 써진 대로 읽고 외우게 하면서 소신 없음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고, 양심에 따라 살지 못하는 무력함에 무너져 갔다. 대학 동아리에서 강만길 교수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공부한 제자들이 찾아와 거짓을 가르쳤다고, 교과서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고 비판하며 원망할 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진실은 교과서가 아닌 현실에 있다면서,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거짓과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제자들, 줄줄이 엮여서 감옥으로 끌려가는 제자들을 보면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힘없고 부끄러운 교사임을 한없이 탄식했다.

 

1982년부터 4년간 담양여고에서, 1986년부터 4년간 광주과학고에서 가르칠 때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5·18민주항쟁의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 속 찬 아이들이 말없이 유리창을 닫거나 뒷문에서 밖의 동정을 살펴주는 가운데 수업을 진행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마지막 수업’을 생각하면서, 가슴 졸이며 울면서 가르치고 울면서 배웠다. 막걸리 보안법이 기승을 부리던 때, 진실을 말하고 가르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곤욕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짓눌려 진실을 말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때는 가슴을 치며 울면서 수업을 했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국정화하겠다고 한다.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 국정화하겠다고 한다.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를 예단하면 안 된다고 한다. 친일과 독재 미화는 없을 것이고,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역사학자들의 80~90%는 좌편향이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국민도 아니라고, 종북 좌빨이라고 몰아붙인다. 반대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은 알고 있다. 그 속셈이 무엇인지, 역사적 사실과 경험에 비춰볼 때 그 속셈을 뻔히 보고, 알고 있다.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 민주주의와 역사를 되돌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를 폄훼하는 외눈박이 역사를 가르치려 한다. 아이들을 획일적이고 무비판적인 바보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 역사 교사들에게 또 다시 거짓을 가르쳤다는 비판과 원망, 양심과 소신을 지키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치욕을 안겨주려고 한다. 대부분의 역사 관련 교수·학자·연구자, 역사교사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려고 한다. 전국의 14개 시·도교육감들도 반대하고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려 한다.

교육이 언제까지 정치에 휘둘리고 정권의 입맛대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언제쯤 이런 후진적 협박 속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2015. 10. 31)

ⓒ 광주교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교육희망 - news.eduhope.net/
전교조 본부에서 발행하는 격주간지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포토 포토 포토
교사 만평
많이 본 뉴스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광주광역시 광산구 왕버들로 322번길 6(신창동) ㅣ 대표전화 : 062-528-0772~5 ㅣ 발행인: 정성홍 편집인 : 이종명

발행처: 전교조광주지부 Copyright ⓒ 2001광주교사신문. All rights reserved.
Contact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