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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그냥 잘못했다 하자.” --- 부모가 아이에게 배운다!
기사입력  2015/12/08 [13:13] 최종편집    정상철

글을 쓰는 행위로 밥을 해결하던 때가 있었고, 그때는 뭔가 쓴다는 게 특별하지 않았다. 써야 한다면 쓰면 됐다. 글이 밥이 되던 삶의 방식을 버린 게 2년 전이다. 고백건대 지난 2년 동안 뭔가를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 부담 탓에 이 지면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시원한 마음이 조금 더 강하고, 섭섭한 마음은 ‘병아리 눈물’만큼 든다. 어쨌거나 마지막이니, 나름 뭔가 ‘센 것’을 쓰고 싶어져서 부끄러운 한 시절을 여러 사람 앞에 고백하려 한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아이’가 ‘아이’를 키울 때다. 어쩌다 보니 결혼이 빨랐고, 나는 서른에 닿기도 전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지금은 중3이고, 중1인 두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우리 집에서는 싸움이 잦았다. 변명하자면 아내나 나나 어린 나이에 마주친 엄혹한(?) 현실이 감당이 안 됐던 것 같다. 자유 없음이 갑갑했고, 제 멋대로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사소한 것에 짜증이 났고, 자꾸 분노가 일었다.

 

‘아이’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나보다 더 어렸던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크게 한 번 사고를 쳤다. 큰 아이가 4살, 작은 애는 돌도 안 지난 2살쯤 되었을 추석이었다. 아내에게는 명절증후군이 있었을 것이고, 드러나게 짜증 강도가 높았다. 나 역시 사소한 반응에 폭발했던 것 같다.

 

친가에 도착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판 싸웠다. 그 싸움이 커져서 아내와 남동생의 격한 말싸움으로 번졌다. 어쩌면 싸움의 원인제공자였고, 해결도 감당했어야 할 나는 그냥 자리를 피하는 아주 일차원적인 수습의 방법을 택했다. 나는 아이들과 아내를 차에 태우고 광주로 향했다.

 

장흥에서 광주로 넘어올 때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가 하나 있다. 거기 정상에 휴게소가 하나 있다. 차를 세우고 아내와 아주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내용이야 뻔하다. 이혼하자, 아이는 내가 키운다, 뭐 그런 답도 안 나오는 말들을 30분쯤 주고받았다.

그때였다. 울지도 않고 우리가 하는 꼴을 뒷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네 살짜리 아들이 말을 건넸다. “아빠, 엄마, 그냥 할아버지집에 다시 가자. 가서 그냥 잘못했다 하자.” 그때의 그 충격, 뭐랄까, 뼈가 아팠다.

 

나는 두말하지 않고 차를 돌렸다. 친가로 돌아가는 동안 아내 역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가서는 추석 명절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잘 보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때로 어른도 아이에게 크게 배운다. 어쩌면 아이는 어른이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그냥 함께 사는 거다.

 

그냥 함께 살아가는 거다.

 

                                                                                 <정상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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