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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고 김병철 선생님을 찾아서
아직 젊은 분회장 - "아이들 많이 껴안아 주고 싶어요"
기사입력  2013/04/07 [20:45] 최종편집    김지선

상당히 높고 가팔랐다. 하지만 활짝 피어나 늘어진 개나리 너울과 이제 막 봉오리를 맺기 시작한 벚나무 가로수들이 끝없이 이어지며 완연한 봄의 정취에 젖어들게 했다. 희망주파수 4월의 주인공 숭의고등학교(이하 숭의고) 김병철 선생님을 찾아가는 길은 봄을 찾아가는 것 마냥 신나고 설렜다.
 
아이들을 많이 껴안아 주고 싶어요
현재 숭의고 분회장과 학교혁신 동아리 ‘숭의도담’ 회장,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이하 환생교) 광주지역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선생님은 금요일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러 개의 직함 중 숭의고 분회장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젊은 후배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숭의도담’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담’이란 아이들이 탐스럽고 튼튼하게 자라는 모양을 가리키는 우리말인데,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 소망을 담고 있어요. 201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째 활동하고 있네요. 수업혁신, 생활과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학급운영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올해는 아이들을 많이 껴안아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집에 초대해 밥도 해 먹이고, 학급에 화분도 키우면서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 주고 싶습니다. 덕분에 조합원도 2명 늘었고, ‘숭의도담’에서 ‘독서교육연구회’가 분가해 나가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작년 활동을 담은 앨범 ‘숭의도담의 러브스토리’를 보여주신다.
 
선생님은 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아 88년 상설동아리 ‘유네스코 학생회’ 담당 교사 시절부터 학생들과 함께 환경을 공부하고 실천했으며, 김종근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3년 전 ‘환생교’에 가입하고 올해는 회장이 되었다. 2012년 천연염색, 광주천 수질측정, 습지조류 관찰 등 ‘영산강 생태계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계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올해는 수업시간을 활용해 실천사례를 남길 계획이다.


아직도 섬마을 선생님이 꿈이에요
선생님은 57년 남원시 덕과면에서 태어났다. 임실, 장수와 가까운 남원의 북쪽 끝자락으로 선생님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 경계인이라고도 했다. 3남 2녀, 5남매의 중간으로, 태어날 때부터 위아래를 살피고 소통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 듯하다며 웃으신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이셨지만, 농사를 손수 지으셨던 어머니의 영향이 무척이나 컸다고 한다.
“방과 후에는 어머니가 꼭 소에게 풀을 먹이라고 시키셨어요. 어린 마음에 숙제도 많고, 공부도 하고 싶어서 속으로 불만이 많았어요. 초∙중학교까지 3km 남짓한 거리를 여우, 늑대 소리를 들으며 다녔지요. 무섭기도 했지만, 그때의 그 정경과 추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대도시에서 교사로 일하지만 아직도 산골벽지, 섬마을 선생님이 꿈이에요. 환생교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때의 영향인 것 같아요.”
 
오수중학교를 거쳐 전라고에 입학한 선생님은 새로운 배움의 세계에 접어든다. 철도고 입시에서 떨어져, 당시 후기고였던 전라고에 입학하는데, 그곳에서 진정한 교육과 배움의 참의미를 깨닫는다. 학원이 없던 시절, 수학선생님은 일본수학문제까지 구해서 학생들에게 풀어주시고, 한글 사랑이 남다르셨던 국어선생님은 고시조를 암송과 소감문 발표, 시창작을 시키셨으며, 친구들과는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함께 공부했다. 특히 중학교 시절 혹독한 체벌로 위축됐던 체육도 점점 자신감이 향상되었다. 이때부터 꾸지람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도 실천중이다.
 
             지금도 틈나는대로 산을 오른다. 사진은 작년 겨울 거금도 적대봉 정상 봉화대에서 

 
 
 
 
 
 
 
 
 
 
 
 
 
 
 
 
 
 
 
 
 
 
얘들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갖자
76년 전북대 영문과에 입학 후, 엄혹한 시절을 보내면서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과 같은 교사를 꿈꾸며 ‘순위고사’를 준비한다. 군 입대를 앞두고 전북과 경기, 두 곳에 합격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두 곳 모두 포기하고 군에 입대한다. 제대 무렵 ‘순천 상고(현 효산고)’에 채용되어 3년을 근무하다, 지금의 ‘숭의고(당시 숭신공고)’로 옮긴다.
 
불교신자였던 선생님은 재단, 교목과 갈등하다 힘든 투쟁끝에 종교의 자유를 얻기도 하고, 88년 사학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학교발전교직원협의회, 평교사회를 거쳐 전교조에 가입하면서 교사로서 새롭게 성장한다. 이런 과정에서 돌봄이 부족한 전문계 학생들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고 깨닫는다.
 
“소외와 무관심 속에 버려진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은 교사를 바라보고, 교사는 학생을 바라봤으면 해요.” 선생님의 수줍은 웃음으로, 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지선 기자(ddang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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